시험관아기시술 DHEA, 이 두 단어의 조합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난임치료를 준비하면서 DHEA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습니다.
진료실에서도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이거 먹으면 난자 질이 좋아진다던데, 언제부터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그런데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그보다 먼저 짚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DHEA에 대한 국제 학회의 평가가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복용법을 안내드리기 전에, 현재까지의 근거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 DHEA,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 유럽생식의학회(ESHRE)의 2025년 난소자극 가이드라인 개정판은 난소 반응이 낮은 환자와 정상 반응 환자 모두에게 DHEA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강한 권고(strong recommendation)를 제시했습니다.
· 2024년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 역시 난소 반응 저하 환자에서 DHEA가 임신 성공 가능성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 따라서 DHEA는 현재 표준 치료(established treatment)가 아니며, 근거가 제한적인 실험적·연구 단계에 가까운 보조요법으로 분류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 그럼에도 일부 환자에서 개별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도 반드시 담당 의료진의 처방과 관리 아래 진행되어야 합니다.
DHEA는 어떤 물질이고, 왜 난임치료에서 이야기되어 왔을까요
DHEA(dehydroepiandrosterone)는 부신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안드로겐(androgen) 계열의 호르몬 전구물질입니다. 난소 안에서 초기 난포가 성장하는 과정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전을 근거로, 2000년대 중반부터 난소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난포 수를 늘리고 난자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되었고, 소규모 연구들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고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연구 규모가 커지고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가 쌓이면서, 초기의 기대만큼의 효과가 재현되지 않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ESHRE 2025년 난소자극 가이드라인 개정판
ESHRE는 2019년 가이드라인을 2025년에 개정하며 보조요법(adjunct) 항목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이 개정판은 총 121개 권고를 담고 있는데, DHEA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대상 | ESHRE 2025 권고 | 권고 강도 / 근거 수준 |
| 난소 반응 저하군 (low responder) | 난소자극 전 또는 중 DHEA 사용은 권고하지 않음 | 강한 권고(Strong) 근거 수준 낮음(⊕⊕◯◯) |
| 정상 반응군 (normal responder) | 난소자극 전 또는 중 DHEA 사용은 권고하지 않음 | 강한 권고(Strong) 근거 수준 낮음(⊕⊕◯◯) |
| 참고: 테스토스테론 | 난소 반응 저하군에서 아마도 권고하지 않음 | 조건부 권고(Conditional) 근거 수준 중등도(⊕⊕⊕◯) |
| 참고: 이노시톨 | 난소 반응 저하군 및 비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서 권고하지 않음 | 강한 권고(Strong) 근거 수준 낮음(⊕⊕◯◯) |
여기서 “근거 수준 낮음”과 “강한 권고”가 함께 붙은 점을 오해하기 쉽습니다. 이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약하다”는 뜻이지, “권고 자체가 흐릿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근거를 모두 검토한 결과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명확하다는 의미입니다.
2024년 코크란 리뷰
보조생식술을 받는 여성에서 DHEA와 테스토스테론을 다룬 코크란 리뷰(CD009749)는 2024년 1월까지의 문헌을 반영해 개정되었습니다.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DHEA는 난소 반응 저하로 분류된 여성의 임신 성공 가능성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DHEA와 테스토스테론은 유산 가능성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다태임신 가능성을 높이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 부작용에 대한 정보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며, 보고된 사례는 경미한 수준이었다
리뷰진은 전반적인 확신 수준을 중등도(moderate)로만 두었습니다. 연구 참여자가 배정된 치료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 사건 수가 적었던 점, 연구 방법 보고가 불충분했던 점이 이유였습니다.
⚠ “일부 메타분석에서는 효과가 있다던데요?”
맞습니다. 난소 반응 저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메타분석에서는 임상 임신율·생아 출생률 개선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분석들은 후향적 연구와 자가 대조 연구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근거 수준이 낮습니다.
반면 RCT만 따로 모아 분석하면, 동난포 수(AFC)·기저 FSH·필요 성선자극호르몬 용량 같은 중간 지표는 개선되어도 생아 출생률로는 일관되게 이어지지 않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가이드라인이 근거의 위계(무작위 대조군 연구 > 관찰 연구)를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마다 결과의 차이가 크고, 이 차이 자체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DHEA를 고려하게 되는 경우
가이드라인이 권고하지 않는다는 것과, 모든 환자에게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복된 시술 실패, 매우 낮은 난소 예비능처럼 선택지가 좁은 상황에서, 환자와 충분히 상의한 뒤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반드시 다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 현재 근거 수준이 제한적이며 표준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환자가 정확히 이해할 것
· 임의 구매·자가 복용이 아니라 담당 의료진의 판단과 관리 아래 진행할 것
· 기대 효과를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을 것
연구에서 사용된 용법
참고로,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용법은 25mg을 하루 세 번(1일 총 75mg), 난소자극 시작 전 약 8~12주간입니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도 안드로겐 보충이 통상 난소자극 8~12주 전부터 사용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 이 숫자를 자가 복용의 근거로 삼지 마십시오
위 용법은 “연구에서 이렇게 썼다”는 기술이지, 권장 용량이 아닙니다. 효과가 확립되지 않은 물질의 용량 정보이므로 처방 기준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DHEA는 안드로겐 전구물질입니다. 여드름, 피부 유분 증가, 체모 증가 등 남성호르몬 관련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다낭성난소증후군처럼 이미 안드로겐이 높은 상태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DHEA는 일반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지위가 아닙니다. 개인 직구 등을 통한 임의 복용은 용량·품질 관리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진행 중인 난임치료와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 주십시오.
원고에서 흔히 도는 두 가지 이야기, 짚고 가겠습니다
“16~20주 복용했을 때 효과가 가장 높다”
이 기간을 뒷받침하는 가이드라인이나 무작위 대조군 연구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앞서 보셨듯 대부분의 연구는 8~12주 범위에서 설계되었고, 애초에 DHEA의 효과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가장 효과적인 기간”을 특정하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안드로겐 혈중농도가 정상 상위 1/3에 도달했는지가 핵심 지표다”
이 역시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확인되는 기준이 아닙니다.
일부 기관의 자체 프로토콜에서 언급되는 방식으로 보이며, 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이 생아 출생률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검증된 근거는 없습니다.
임상적 결과가 아닌 중간 지표를 목표로 삼는 접근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요
보조요법 하나로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실제 진료에서 흔치 않습니다. 현재까지의 근거가 일관되게 가리키는 것은 오히려 기본에 가깝습니다.
· 본인의 난소 예비능과 연령에 맞는 자극 프로토콜 선택 (ESHRE는 예측 반응에 따라 항뮐러관호르몬 또는 동난포 수 기반의 개별화를 권고)
· 배아 상태와 자궁 환경을 함께 보는 통합적 접근
· 체중·혈압·갑상선 등 기저 상태 점검
· 보조요법을 시도하더라도, 그것을 결정적 변수로 기대하지 않는 것
자주 묻는 질문
Q1. DHEA를 먹으면 난자 질이 좋아지나요?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그렇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2024년 코크란 리뷰는 난소 반응 저하 환자에서 임신 성공 가능성에 거의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고, ESHRE 2025년 개정판은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강한 권고를 제시했습니다.
Q2. 지금 먹고 있는데 끊어야 하나요?
스스로 판단해 갑자기 중단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처방 맥락과 현재 치료 단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3. 오래 복용할수록 효과가 커지나요?
그렇게 볼 근거가 없습니다. 효과 자체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을 늘린다고 결과가 비례해 좋아진다고 기대할 수는 없으며, 안드로겐 관련 부작용 가능성은 오히려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4.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도 되나요?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용량과 품질 관리가 보장되지 않고, 진행 중인 치료와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복용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먼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십시오.
마치며
시험관아기시술 DHEA, 한눈에 정리
DHEA는 한때 난소 기능 저하 환자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근거가 쌓이면서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ESHRE 2025년 난소자극 가이드라인 개정판은 반응 저하군·정상 반응군 모두에서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강한 권고를 제시했고, 2024년 코크란 리뷰도 임신 성공 가능성에 거의 영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현재로서는 표준 치료가 아닌, 근거가 제한적인 보조요법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복용 여부와 용량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 주십시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진단·치료 방법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전문가 코멘트 —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김동원 대표원장
DHEA는 제가 진료를 해 오면서 평가가 뒤집히는 과정을 지켜본 몇 안 되는 약물 중 하나입니다. 한때는 난소 기능이 떨어진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선택지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쌓이자 초기의 기대만큼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고, 2025년 ESHRE 개정판은 결국 반응 저하군과 정상 반응군 모두에서 권고하지 않는다고 정리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실망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효과가 불분명한 것에 기대를 걸고 몇 달을 쓰는 대신, 그 시간을 본인에게 맞는 자극 프로토콜을 찾고 배아와 자궁 환경을 함께 다듬는 데 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한 가지 검사나 약으로 성공률이 결정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배아의 상태, 자궁 환경, 연령과 기저 질환을 함께 보는 통합적 접근이 여전히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보조요법을 고려하시더라도, 그것이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 The ESHRE Guideline Group on Ovarian Stimulation. ESHRE guideline: ovarian stimulation for IVF/ICSI: an update in 2025. Hum Reprod. 2026;41(4):498-514. doi:10.1093/humrep/deag018
· Androgens (dehydroepiandrosterone or testosterone) for women undergoing assisted reproduction technology.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24;6(6):CD009749. (근거 최신성: 2024년 1월)
· The ESHRE Guideline Group on Ovarian Stimulation. ESHRE guideline: ovarian stimulation for IVF/ICSI. Hum Reprod Open. 2020;2020(2):hoaa009. (2019년판 — 보조요법 비권고 최초 명시)
· Neves AR, Montoya-Botero P, Polyzos NP. Androgens and diminished ovarian reserve: the long road from basic science to clinical implementation. A comprehensive and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Am J Obstet Gynecol. 2022;227(3):401.e1-401.e18.
· Narkwichean A, et al. Efficacy of Dehydroepiandrosterone (DHEA) to overcome the effect of ovarian ageing (DITTO): a proof of principle double blinded randomized placebo controlled trial. Eur J Obstet Gynecol Reprod Biol. 2017;218:39-48.
· Yuan WS, et al. Effects of Dehydroepiandrosterone (DHEA) Supplementation on Ovarian Cumulus Cells following IVF/ICSI Treatment — A Systematic Review. Life (Basel). 2023;13(6):1237. doi:10.3390/life13061237
· Efficacy of dehydroepiandrosterone priming in women with poor ovarian response undergoing IVF/ICSI: a meta-analysis. Front Endocrinol. 2023. PMCID: PMC10288189 (RCT 한정 하위분석 결과 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