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아기시술 출산 후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4,418명 연구를 원문으로 확인했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 출산 후 노화

임신 준비 카페를 둘러보다 보면 유독 자주 보이는 글이 있습니다. “출산을 여러 번 하면 빨리 늙는다더라.” 시험관아기시술로 둘째, 셋째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꽤 신경 쓰이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거의 항상 인용되는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2020년에 발표된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기반 연구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온라인에서 서로 반대되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원문을 그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리 보는 결론
· 이 연구의 논문 제목은 “출산 횟수는 폐경 후 여성에서 생물학적 노화 가속을 예측한다(단, 폐경 전 여성에서는 그렇지 않다)”입니다.
· 관계는 직선이 아니라 U자형이었습니다. 무자녀와 다산 양쪽 끝에서 노화 가속이 높고, 3~4회 출산 지점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 중요한 것은, 이 관계가 폐경 후 여성에서만 관찰되었다는 점입니다. 폐경 전 여성에서는 출산 횟수와 생물학적 나이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없었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을 준비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단면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습니다. 저자들이 논문에서 직접 명시한 한계입니다.

이 이야기, 어디서 나왔을까요

한 전문가의 방송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출산을 많이 하면 빨리 늙고 일찍 죽는다”는 주장이 다시 회자되었습니다. 이후 이를 반박하는 글들이 나왔는데, 그 반박에 인용되는 연구가 바로 2020년 NHANES 연구입니다.

그런데 반박 글들이 이 연구를 정확히 옮기고 있지 않습니다. 대개 “3~4회 출산 그룹에서 노화가 가장 느렸다”는 부분만 떼어 인용합니다. 정작 논문의 제목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항목실제 연구 내용
출처Shirazi TN, Hastings WJ, Rosinger AY, Ryan CP. Scientific Reports. 2020;10:20522
연구팀 소속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대상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1999–2010 여성 4,418명 (폐경 전 2,166명 / 폐경 후 2,252명)
측정 방법알부민, 크레아티닌, 혈당, C반응단백, 림프구 비율, 평균적혈구용적, 적혈구분포폭, 알칼리인산분해효소, 백혈구 수 총 9가지 혈액 지표로 계산한 4종의 생물학적 나이 복합지표
보정 변수연령, 인종, 학력, 소득 대비 빈곤 비율, 체질량지수, 흡연
설계단면 연구(cross-sectional) — 한 시점의 자료

여기서 먼저 정리할 것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DNA 메틸화나 텔로미어 같은 세포 수준 지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뽑는 혈액 지표들을 조합해 만든 임상 지표를 썼습니다. 온라인 글에서 “DNA 메틸화 분석”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다른 연구와 혼동한 것입니다.

결과 — U자 곡선

폐경 후 여성에서 출산 횟수와 생물학적 노화 가속의 관계는 U자 곡선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노화 가속이 가장 낮은 지점은 3~4회 출산이었고, 양쪽 끝으로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 이 U자 곡선을 읽는 법
U자의 바닥이 3~4회라는 것은, 통계 모형에 넣은 이차항이 유의했다는 뜻입니다. 출산 횟수별로 “0~1회는 이렇고 2회는 이렇다”는 식의 구간별 수치를 연구가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에 도는 구간별 표는 곡선을 눈으로 나눠 읽은 것에 가깝습니다.
또한 4종 지표 중 Klemera–Doubal 지표는 다중비교 보정 후 유의성이 사라졌습니다. 나머지 3종(Levine Method, 항상성 이상, 알로스타틱 부하)에서 관계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관계는 폐경 후 여성에서만 나타났습니다. 폐경 전 여성에서는 선형 항도 이차항도 어느 지표에서도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이 직접 밝힌 한계

· 단면 연구이므로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 노화가 빠른 사람이 출산을 더 많이 했을 가능성, 혹은 제3의 변수가 둘 다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 출산 횟수만 알 뿐, 유산이나 임신중절 이력, 수유 기간에 대한 정보가 없다
· 현재 호르몬제나 경구피임약 사용 여부를 반영하지 못했다
· 미국 자료이므로 다른 문화권에서 같은 양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럼 시험관아기시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이 연구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중요한 대목은 3~4회라는 숫자가 아니라, 폐경 전 여성에서 아무 관계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시험관아기시술로 임신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폐경 전입니다. 이 연구가 다룬 범위 안에서는, 지금 시점에 출산 횟수를 노화의 변수로 걱정하실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이면, 저자들은 이것이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텔로미어 길이나 후성유전학적 나이 같은 세포 수준 지표를 쓴 다른 연구들에서는 젊은 여성에서도 관계가 관찰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 혈액 지표가 잡아내기에는 아직 변화가 작은 단계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 부분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 자체는 어떨까요 — 24년 추적 자료가 있습니다

출산 횟수 이야기와는 별개로, “시술 과정 자체가 몸에 부담을 남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으실 겁니다. 이 질문에는 비교적 답할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전국 코호트 연구는 1983년부터 2000년 사이 난소자극을 받은 여성 30,625명과, 난임이지만 시술을 받지 않은 여성 9,988명을 2018년까지 추적했습니다. 중앙값 24년입니다.

결과
· 난임이지만 시술을 받지 않은 여성과 비교했을 때, 시술군의 난소종양 위험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연령·출산력 보정 위험비 1.02, 95% 신뢰구간 0.70–1.50)
· 일반 인구와 비교하면 위험이 높게 나왔지만(표준화 발생비 1.43), 이는 시술이 아니라 난임 자체와 무자녀 상태의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 실패한 시술 주기의 횟수는 위험과 관련이 없었습니다
· 오히려 출산으로 이어진 시술 주기가 많을수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미국생식의학회(ASRM)도 2024년 “난임치료 약물과 암” 가이드라인에서 이 주제를 정리했으며, 현재까지의 근거는 보조생식술이 장기적인 주요 심혈관 사건이나 유방암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지 않는 방향입니다.

출산과 유방암 — 이 부분의 출처를 바로잡습니다

온라인에서 “2018년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로 인용되는 유방암 수치가 있습니다. 출산 1회당 7% 감소, 수유 1년당 4% 추가 감소라는 숫자입니다.
이 수치는 실제로는 2002년 Lancet에 실린 통합 재분석의 결과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연구팀이 30개국 47편의 역학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 50,302명과 대조군 96,973명의 개별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것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료 중 하나입니다.

· 출산 1회당 유방암 상대위험도 7.0% 감소 (95% 신뢰구간 5.0–9.0)
· 수유 12개월당 상대위험도 4.3% 추가 감소 (95% 신뢰구간 2.9–5.8)
· 이 감소 폭은 연령, 폐경 여부, 인종, 출산 횟수, 첫 출산 연령 등에 따라 유의하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숫자 자체는 원 글과 거의 같습니다. 다만 근거가 튼튼한 이야기일수록 출처를 정확히 밝히는 편이 낫습니다. 2002년 Lancet 자료라는 사실이 이 결과의 무게를 조금도 줄이지 않습니다.

⚠ 다만 이것을 “출산은 몸에 좋다”로 읽지는 마십시오
같은 2020년 연구의 저자들은, 출산 횟수가 늘수록 위험이 함께 올라가는 질환들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신장암, 담낭질환입니다.
즉 출산은 어떤 질환에는 보호적으로, 다른 질환에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 상반된 힘이 겹쳐 U자 곡선을 만드는 것이 유력한 설명 중 하나입니다. 한쪽 방향만 인용하면 어느 쪽이든 사실과 멀어집니다.

결국 무엇을 챙기는 것이 좋을까요

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통제 변수로 삼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체질량지수, 흡연, 소득, 학력입니다.
이 중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실제로 생물학적 나이 지표와 강한 상관을 보입니다. 연구에서 체질량지수는 생물학적 나이 지표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출산 횟수를 걱정하는 것보다, 손에 잡히는 쪽에 집중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 규칙적인 수면 패턴 유지
· 균형 잡힌 식사와 체중 관리
· 무리하지 않는 수준의 꾸준한 신체 활동
· 금연 —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가장 일관되게 확인됩니다
·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혈압·혈당·갑상선 점검

시험관아기시술을 준비 중이라면

· 시술 전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기저 질환 여부 확인
· 시술 및 출산 이후 충분한 회복 기간 확보
· 다태임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사전에 관련 정보 파악 — 다태임신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을 높이므로, 단일 배아 이식이 국제적으로 권고되는 방향입니다
· 출산 이후 호르몬 변화에 따른 컨디션 변화 미리 이해하기

이러한 부분들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험관아기시술 출산 후 노화가 정말 빨라지나요?
A. 시술 방법이 노화를 가속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출산 횟수와 노화의 관계를 다룬 2020년 NHANES 연구에서도, 관계가 관찰된 것은 폐경 후 여성에서였고 폐경 전 여성에서는 유의한 관계가 없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단면 연구라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3~4회 출산이 노화를 늦춘다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U자 곡선의 바닥이 그 지점이라는 뜻이며, 출산이 노화를 늦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면 연구이므로 방향성 자체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무자녀군의 지표가 높게 나온 이유로는, 만성 질환이 있어 임신이 어려웠던 분들이 그 그룹에 더 많이 포함되는 선택 편향이 함께 거론됩니다.

Q. 출산을 여러 번 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나요?
암 종류에 따라 방향이 다릅니다. 유방암은 출산 1회당 7.0%, 수유 12개월당 추가 4.3%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됩니다(Lancet 2002).
반면 신장암처럼 출산 횟수와 함께 위험이 올라간다고 보고되는 암도 있습니다.

Q. 시험관아기시술과 자연임신은 노화 측면에서 차이가 있나요?
이 부분만을 직접 비교한 장기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24년을 추적한 네덜란드 코호트에서, 시술군과 난임 비시술군 사이에 난소종양 위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은 참고하실 만합니다.

마무리하며

이 글의 핵심
2020년 NHANES 연구(여성 4,418명)의 결론은 U자형이며, 논문 제목은 “출산 횟수는 폐경 후 여성에서 생물학적 노화 가속을 예측한다”입니다. 다산 쪽 끝에서 가속이 관찰되므로 “출산은 노화와 무관하다”는 반박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관계는 폐경 후 여성에서만 나타났고, 폐경 전 여성에서는 유의한 관계가 없었습니다. 시험관아기시술 자체에 대해서는 24년 추적 코호트에서 난임 비시술군 대비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출산은 분명 몸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입니다. 다만 그 자체를 노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막연한 불안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준비해 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시술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전문가 코멘트 — 미래와희망 산부인과 김동원 대표원장

이 연구가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같은 논문을 어떤 글은 “다산하면 늙는다”의 근거로, 어떤 글은 그 반박의 근거로 씁니다.
양쪽 다 자기가 필요한 절반만 가져간 것입니다. 실제 논문은 U자 곡선을 보여주고, 제목에서는 폐경 후 여성의 노화 가속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진료실 관점에서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3~4회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폐경 전 여성에서는 아무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는 부분입니다.
지금 시술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저자들도 정직하게 덧붙입니다. 세포 수준 지표로 보면 젊은 여성에서도 신호가 잡힌다고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영역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연구가 통제한 변수들입니다. 체중, 흡연, 소득, 학력이었습니다. 그중 체질량지수는 생물학적 나이 지표와 뚜렷한 상관을 보였습니다.
바꿀 수 없는 출산 횟수를 걱정하는 시간에, 바꿀 수 있는 쪽을 챙기시는 편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참고문헌
· Shirazi TN, Hastings WJ, Rosinger AY, Ryan CP. Parity predicts biological age acceleration in post-menopausal, but not pre-menopausal, women. Sci Rep. 2020;10(1):20522. doi:10.1038/s41598-020-77082-2
· Collaborative Group on Hormonal Factors in Breast Cancer. Breast cancer and breastfeeding: collaborative reanalysis of individual data from 47 epidemiological studies in 30 countries. Lancet. 2002;360(9328):187-95. doi:10.1016/S0140-6736(02)09454-0
· van Leeuwen FE, Klip H, Mooij TM, et al. Risk of borderline and invasive ovarian tumours after ovarian stimulation for in vitro fertilization in a large Dutch cohort. Hum Reprod. (네덜란드 OMEGA 코호트, 중앙값 24년 추적)
· Practice Committee of the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 Fertility drugs and cancer: a guideline (2024). Fertil Steril. 2024;122(3):406-420.
· Zeng Y, et al. Parity and all-cause mortality in women and men: a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 Sci Rep. 2016;6:19351.
· Ryan CP, et al. Reproduction predicts shorter telomeres and epigenetic age acceleration among young adult women. Sci Rep. 2018;8:11100. doi:10.1038/s41598-018-29486-4
· Kresovich JK, et al. Reproduction, DNA methylation and biological age. Hum Reprod. 2019;34(10):1965-1973. doi:10.1093/humrep/dez149
· Liu Z, et al. A new aging measure captures morbidity and mortality risk across diverse subpopulations from NHANES IV: a cohort study. PLoS Med. 2018;15(12):e1002718. (Levine Method 산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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